[book review] 『Scythe & Sparrow』 리뷰 / 상처, 광기, 그리고 사랑이 교차하는 서커스의 한복판에서

『Scythe & Sparrow』는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은 사랑과 폭력, 과거의 그림자와 새로운 시작이 충돌하는 치명적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섬세하고도 광기 어린 발레에 가깝다. Brynne Weaver가 선보이는 『The Ruinous Love Trilogy』의 마지막 작품이자, 장르적 경계를 넘어선 이 다크 로맨틱 코미디는 로맨스를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반드시 마주해야 할 한 권이다.

1. 사랑, 광기, 그리고 도망자들

이야기의 중심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하나는 사랑에 실패한 의사, Fionn Kane. 그의 삶은 무너졌고, 그는 작은 시골 마을 네브래스카에서 과거를 봉인한 채 조용히 살아가고자 한다. 또 하나는, 서커스의 모터사이클 곡예사이자 이중적인 얼굴을 가진 살인자, Rose Evans. 그녀는 서커스의 불빛 아래에서는 쇼의 스타이지만, 어둠 속에서는 누구도 감히 상상하지 못할 그림자를 품고 있다.

둘의 만남은 의도된 것이 아니다. Rose가 부상을 입고 피신처를 찾다 Fionn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 불청객과의 동거는, 전형적인 "강제 밀착(Forced Proximity)" 로맨스의 클리셰를 따르지만, Weaver는 그것을 아주 새롭고 치명적으로 비튼다.

2. Tropes의 향연, 그러나 진부하지 않다

『Scythe & Sparrow』는 로맨스 독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트로프를 절묘하게 활용한다:

  • Friends with Benefits

  • Small Town Romance

  • Fish Out of Water

  • Touch Her and Die

  • Hurt/Comfort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전형성을 넘어서, 그 트로프 하나하나에 날카로운 감정의 실금을 만들어낸다. 사랑이 단순히 위로가 아니라, 상처를 드러내고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Weaver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Fionn과 Rose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달콤하거나 낭만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날이 선 긴장감과 억눌린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감미로운 키스 대신, 상처 위에 붕대를 감듯 서투르고 고통스러운 접근으로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두 인물의 서서히 무너지는 경계선과, 피로 새겨진 믿음의 조각들이 하나씩 쌓여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3. 다크 로맨스,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것

『Scythe & Sparrow』는 분명 다크 로맨스에 속한다. Rose는 살인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인물이고, Fionn 역시 삶의 파편 속에서 도망치고 있다. 하지만 Weaver는 단지 충격적인 설정이나 감각적인 장면만으로 독자를 사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다시 세우기도 하는지에 대한 서사다.

이 책에서 가장 눈부신 점은, Rose라는 캐릭터를 통해 여성의 욕망과 분노, 상처와 복수를 정면으로 그려낸다는 것이다. 흔히 로맨스 소설에서 여성 주인공은 구원받거나 보살핌을 받는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Rose는 구원을 바라는 대신, 구원의 가능성을 스스로 깨뜨리는 인물이다. 그녀는 강하고, 위험하며, 동시에 애처롭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Fionn은 Rose와 반대편에 있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실은 더 깊은 어둠을 가진 존재다. 그는 과거의 실패로부터 도망치며 살아가지만, 결국 Rose와의 관계를 통해 도망이 아닌 직면을 배운다.

4. 왜 이 책이 지금, 이토록 사랑받는가?

『Scythe & Sparrow』는 출간 즉시 아마존 로맨스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고, TikTok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왜일까?

첫째, 이 책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현대인의 감정적 단절과 트라우마, 회복의 과정을 정교하게 그린다. 로맨스를 통해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서사는 언제나 강력하다.

둘째, Brynne Weaver 특유의 문장력과 감정 묘사 때문이다. 그녀의 문장은 날카롭고 섬세하다. 감정의 결을 한 줄 문장에 우아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마치 잉크로 그린 고요한 파국 같다고 할까.

셋째, 이 소설은 시대의 분위기와 어우러진다. 사랑은 치유가 아니라 연대이며, 감정은 가려야 할 흠이 아니라 나눌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우리는 이 책에서 발견한다. 서로의 어둠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지금 시대에 더욱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5. 추천 대상 독자

  • 클리셰가 아닌 신선하고 도발적인 로맨스를 찾는 독자

  • 다크 로맨스를 좋아하지만, 그 안에 문학성과 감정의 깊이를 원하는 독자

  • 트라우마, 회복, 자기 치유의 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

  • 『Butcher & Blackbird』, 『Leather & Lark』의 팬이라면 필독

마치며

『Scythe & Sparrow』는 어쩌면 당신이 생각한 로맨스 소설과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당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원했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있다.

달콤하고 안전한 사랑이 아니라, 무너지고, 울고, 피 흘린 뒤에야 비로소 도달하는 사랑. 그것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Scythe & Sparrow』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다.

그녀가 그를 만났을 때, 피비린내 나는 세계 속에서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의 생존이 되어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의 증인이 된다. 가슴 깊이 스며드는 슬픔과 환희를 함께 끌어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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